【파스타 1회】



씬1. 냉동실 안 (저녁)

서유경 E) 으 으으으 (추워 덜덜 떠는 소리)

어두침침. 요리사복장의 유경이 한가득 재료를 안고 두리번거린다.

서유경 송아지 안심... 호주산. (집어 든다)
한우 (집어 든다. 확인한다) 안심. 오케이~

냉동실문을 열고 나오면

씬2. 냉장실 안 (저녁)

조금 밝아진 편.

서유경 (화들짝) 뭐, 뭐 하십니까 여기서?
미희,호남 (키스중이다)
서유경 (냉장실 문 눈치 보며, 침 삼킨다)
미희,호남 (안 떨어진다)
서유경 (침 삼킨다. 불안하다) 푸,아그라가 어딨지?
미희,호남 (딱 붙은 둘의 뒤에 푸아그라 보인다)
서유경 정 그러시면, 여기, 이쪽, 냉동실로 들어가셔서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미희 (둘 떨어진다) 얼어 죽으라고?
서유경 (그들 뒤에 있던 푸아그라 캔 3개 얼른 집어 들고는) 딱 붙어있는데 얼어 죽긴 왜 얼어 죽습니까?
저는 안 봤습니다. 모, 못 봤습니다.
미희,호남 (씨익 웃고는, 나간다)
서유경 (피클통에서 피클 챙기면서) 막내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씬3. 주방 (저녁)

유경, 냉장실에서 나오면 그제야 요란한 주방소음 들린다.

토티E 업! 스피드 업! 업!! 무빙 업! 업--

요리사들의 움직임 속도도 업, 업 된다.
10개의 스토브는 모두 최대로 켜져 있어 불길이 넘실대고,
그 불길 위 10개의 프라이팬에선 각기 다른 파스타가 넘실댄다.
리듬에 맞춰 프라이팬을 흔들던 엉덩이를 빙~글 돌려주는 희주(넘버2), 미희(넘버4), 찬희(넘버6),.
땀범벅 속에 흥얼흥얼 리듬 타며 춤추듯 요리하는 요리사들 모습.
물 흐르듯 군기 잡힌 주방의 서열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서유경.
혼자 잔뜩 ‘긴장’해 정신 바짝 차린다.

(프라이팬 흔든다)
찬희 -“프라이팬 깨끗한 것!! ” (하면 유경,
잽싸게 2개의 새 프라이팬 집어 베이스인 피망, 마늘, 양파 다진 것
넣고는 잽싸게 척 척 불 위에 올려놔준다)

(프라이팬 흔든다)
미희 -“막내야, 겨자 양겨자!” (하면 유경, 양겨자 대령하고
미희가 프라이팬 과격하게 흔들어 엄청나게 흘리는 재료들 깔끔하게
닦아준다)

설대표 들어와 토티한테 ‘7번 테이블 재촉하는데’라고 하자 토티 ‘7번 얼마나 남았어?“ 외치자 석호 ”5분요!“ 희주 ”30초요!“ 라고 대답한다. 설대표 ‘쩝..서둘러줘”

(면가마에서 면체 들어 올려 스파게티 면 프라이팬에 쏟는다. 면체 다시 면가
마에 넣고, 프라이팬 흔든다)
희주 -“막내야 접시!”
(하면 유경, 잽싸게 원형접시 4개 펼쳐 놓는다)

틈틈이 유경, 각 요리사들에게 얼음이 가득 담긴 냉수 컵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는다. 토티, 빌지에서 “11번 테이블 봉골레 하나! 키타라 둘! 연어 라비올리
하나! 외치자 모두들 “예 쉐프!!”라고 일하면서 다음 메뉴 준비한다.
유경도 주방내 작은 냉장고에서 피클 꺼내어 접시 두 개에 낸다.

(프라이팬 흔든다) (뒤 그릴 판으로 돌아 생선, 스테이크, 가재 뒤집는다)
금석호-“랍스터 준비하고, 육수 좀 꺼!!” (하면 유경, 한창 끓어 넘치고 있는
육수 끄고, 살아 움직이는 바닷가재, 개수대에서 일단 탁 망치로 기절
시키고는 가재 밑 작업 해 금석호(No.2)에게 대령)

한상식 - (가리비 굽다가) 막내야!! (유경 바로 사각접시 3개 깔아준다.)
한상식, 큰 접시위에 소스로 데코레이션한다.

(프라이팬 흔들다 옆 스토브로 프라이팬을 들지도 않고 그냥 밀어 움직인다)
정호남-“막내야 생면 떨어졌다!!” (유경, 젖은 헝겊 걷어내고, 생면 수십 개
꺼내 면 가마 옆에 놓아준다)

(재료 통에서 중합, 홍합, 모시조개, 빼빼로니(새끼한치), 피조개, 브로콜리, 갑 오징어, 토마토를 손으로 집어 프라이팬에 던
져 넣는다. 거의 눈에 안 보이는 속도)
민승재-“막내야 프라이팬 쌓였어. 설거지부터 해!!!” (유경, 바로, 쌓여있는 프라이팬 설거지. 요리사들이 맛을 보고 던져
대는 긴 대나무 젓가락들이유경의 머리로 마구마구 날아온다. 꼼꼼히 주워 역시 설거지)

금석호-(그릴위에 스테이크 한 점 들어 올린다.조금 탔다) “아웃 시켜”(옆 쓰레기통으로 툭 던져진다. 이미 많이 버려진 큰 새우, 큰
도미, 스테이크류..보인다. 툭 유경 쪽(개수대)으로 ‘집게’ 던진다)



더위로 비 오듯 흐르는 요리사들의 땀, 유경, 자기가 목에 두르고 있던 흰 수건으로 요리사들 얼굴 꾹 꾹 눌러준다. 중간에 설대표(겸 사장), 들어와 요리 들고 나간다. 마땅치 않은 표정. 네모와 다른 홀 서빙들도 분주히 들락날락한다.유경, 얼음담긴 물병 대령해 요리사 옆에 건넨다. 불 옆 그릴맨에게는 먹여주기도 한다. 누구하나 예외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게 요리하고, 서유경만 긴장된 얼굴로 요리사들 틈 사이를 돌아다닌다. 계속해서 토티,“ 행주 !!” 하면 새 행주 들고 잽싸게 넘버1테이블로가 테이블 위를 싹싹 닦아주는 유경. 접시 놓여지고, 토티가 동그랗게 굴려주며 스파게티 면을 접시에 올려주면유경이 접시 둘레 떨어진 소스 한 점도 깨끗하게 닦아준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화면엔, 완성된 “감베로니 스파게티”
김이 모락모락 맛있어 보인다.
그 뒤로 유경의 얼굴, 얼룩덜룩 땀범벅,

*왁자지껄 능숙하고 신속하게 일하는 1류 요리사들의 모습.
단지 흠이라면, 흥에 겨워 재료 등을 약간 흥청망청 쓰는 주방 분
위기.

씬4. 세레나타 전경 (밤)

조용하고 한적한 건물 주변 야경.
손님이 드나드는 정면이 아닌, 건물 옆 직원들이 드나드는 출구로유경, 엄청난 크기의 음식물 쓰레기 낑낑대고 메고 지고 나온다.
남자 요리사들 하나 둘씩 퇴근차림으로 나온다.
유경, “수고하셨습니다.” 막내답게 꾸벅하고.
건성으로 손 들어주고 사라지는 남자 선배들(4명).

씬5. 동-직원 출구 (밤)

다 간 것을 확인하고, 유경, 자기 체구보다 큰, 빵빵한 쓰레기봉투 옆에 털썩 기대어 앉는다.

유경 (저절로 벌어지는 입) 하-... (단내 나는 한 숨) 하-...
(땀에 쩍 달라붙은 조리사 복, 팔 한 짝 들어 겨드랑이 펄럭여 준다. 반
대편도 해준다.) 하..

추운 줄도 모르고, 입 헤 벌린 채 쓰레기에 기대 반쯤 눕듯이 앉아있다.
녹초다..

씬6. 세레나타 전경 (밤)

-유경, (건물 안에서) 폐점 팻말(chiudere) 걸고 사라진다.
-건물에 하나, 둘, 불이 다 꺼진다.
-마지막, 간판 네온 ‘세레나타’도 꺼진다.
고요하다.

씬7. 동-홀, 주방 (밤)

유경 주방으로 들어가는데, 여자선배들(평상복차림) 케이크 들고
놀래려는 듯 나타난다, 작은 폭죽도 터트리며.

유경 (뜻밖이다) !!
희주 내일부턴 따까리가 생기네?
미희 남자랜다야~
찬희 잘 ~생겼다는데
희주 3년 만에,.우리 막내도 프라이팬 잡아 보는 건가, 이제?
유경 (감회가 밀려오는 듯)
찬희 보조 꿀 먹었냐. 뭐라고 말 좀 해봐- (웃어들 대고)
유경 고맙습니다. (방향 돌려 꾸벅) 고맙습니다. (이리저리 꾸벅)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씬8. 주방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주방.
프라이팬 두, 세 개 꺼내 불 꺼진 스토브 위에 올려놓고는
마치 파스타 요리하듯 빈 프라이팬을 흔들어 본다.
옆으로 밀어 이동도 시켜보고, 높이 들어 면 튕기듯 시늉도 내본다.
양손에 하나씩 잡고 격렬하게 흔들어도 본다.
그러다 케이크 손가락으로 쪽 찍어 먹어 본다.
여전히 감격의 표정 감출 수 없다.

씬9. 버스 안 (밤)

심야. 거의 텅 빈 버스 안. 맨 뒷좌석에 설레는 표정의 유경 혼자 앉아있다.

씬10. 달동네 수퍼 (밤)

들어가는 유경.

유경 담배 있어요 아줌마.

씬11. ‘유경 반점’ (밤)

다닥다닥 붙은 집들 보이고.
12시 다된 시각, 노랗게 간판 불 켜진 식당 전경.

씬12. 동-홀,부엌 (밤)

유경부, 땀 뻘뻘 흘려가며 짬뽕 만드는 모습.

조신하게 잘 차려진 제사상.
유경모 사진 놓여있다. 유경, 상 앞에 서있고.
유식(25. 얌전하고 안경. 두꺼운 의학서적 보며), 한켠에 앉아있다 일어난다.
펄펄 끓는 짬뽕 들고 들어오는 유경부.

유경 아버지!!
유경부 니 엄마 좋아하던 거다.
유경 (부글부글) 엄마는 죽어서까지 짬뽕 먹어야 되냐고-?
유경부 고인이 좋아하면 됐지. (짬뽕 자리 잡아가며, 시선도 안준다.)
유경 (꿈쩍 않고) 그럼 고인이 좋아하던 거 제대로 놔 볼까?
유경부 ?
유경 (자연스럽게 주머니서 담배 나와 접시위에 올려놓는다)
엄마가 식전 담배 무지 좋아했었거든? 남편이 되가지고 그것도 몰랐지?
유경부 (본다)
유경 너 라이타 있지?
유식 (꿈뻑꿈뻑 보면)
유경 내숭 떨지 말고 내놔.
유경부 (본다)
유경 아버진 있어?
유경부 (본다)
유경 있잖아. (달라 손 내민다)
유경부 (폭발. 확 상을 뒤엎어 버린다) 내년부턴 니 엄마랑 너랑 쌍으로 제사
지낼란다. 어데 애비 앞에서 그래 자연스럽게 담배가 나와 담배가?!!
어?!! 서. (쇠 촛대 뽑아 들고 무섭게) 거기 안 서 이 지지배야!!!!
유경 (테이블에 사정없이 부딪치고 넘어져가며 잡힐 듯 도망간다)

씬13. 공터 (밤)

사진 세워놓고, 옆에 담배 놔준다.
고요한 공터.

유경 엄마 죽 내숭떨었구나?
아버지 모르시던데? (히죽)

쟁반 같은 달빛.

유경 상도 다 엎어버리고....빈속에 괜찮아? 어지럽겠다.
(히. 눈가 그렁해 웃는다.) 나....요리사 된다. 엄마.

씬14. M 오피스텔 전경 (다음날 새벽)

씬15. 동-방 안 (새벽)

침대에서 일어나는 유경.
건너편 침대에선 희주가 아직 단잠 중이다.
유경, 희주가 깰까 살금 조용히 나온다.

씬16. 가락시장 전경 (아침)

분주한 시장 전경, 수많은 사람들 속에 묻혀 성큼성큼 걸어가는 서유경 보인다.

씬17. 동-대형 식재료 마트 (아침)

한 보따리 사고는 계산대 앞에 서있는 유경.
비닐에 산 것들 구겨 넣고 있는데,

계산원 (영수증과 함께, 물속에 금붕어 두 마리 든 투명 비닐봉투 건넨다)
십 만 원 이상 사시면 드려요.
유경 (받아든다) .. (본다) .. 오래 살아요?
계산원 하기 나름이죠.
유경 (짐이 될 것 같아 마뜩찮다)
계산원 (자기 쪽으로 가져간다) 두세요 그럼.
유경 (끙 가려다)
계산원 (다음 손님 계산하고)
유경 (이쁘다),. (슬쩍 잽싸게 가지고 간다)

씬18. 동-“형제”상회 (달걀 공판상/ 아침)

수 천 개의 계란판들 보이고.
“왕란(70g)”의 계란판에서 왕란 몇 개 빼내고는, 듬성 듬성 빈 칸에
“대란(58g)” 몇 개씩 불량스럽게 꽂는 광태사장(30대) 뒤로 서유경 쑥 들어선다.
섞어 꽂기에 열중하고 있는 광태사장의 뒷모습. 유경, 옆에 가 서서는

서유경 뭐하삼?
광태 어? (살짝 당황했다가, 웃어 보인다) 어서와.
서유경 (미심쩍게 보다가, 시선 거둔다) 내일 오실 때,
일단 3월까지 200판씩 추가 하는 걸로요.
이번 달부터는 1200판씩.
광태 (희색) 오케이.
서유경 왕란으로요.
광태 알지 거야.
서유경 (힘주어) ‘왕’ 란 으로요.
광태 (찔끔) 알,고있다니까. 하루 이틀 거래하냐 우리가?
서유경 그럼 (돌아서려는데,)
광태 아 저기,
서유경 (돌아본다) ?

씬19. 편의점 (아침)

최현욱, 생수를 사서 약을 먹는다. 무심하게 부분 붕대한 손을 본다.

씬20. 대로변. 횡단보도 앞. (아침)

한손에 식재료봉지, 한손엔 금붕어 봉투 든 서유경,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선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신호보며 기다린다.
초록불 바뀌고, 붐비는 사람들 틈에 껴 건너는 유경,
봉투 높이 들어 금붕어 노는 양 지켜보며 건너는데최현욱, 뒤늦게 신호 바뀔세라 횡단보도로 진입 서두르고.
한 남자 서유경을 툭 치고 간다. 금붕어 봉투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며 터진다.
양쪽에서 정신없이 건너는 사람들 와중에 금붕어 두 마리 밟힐 듯 팔딱이고.

서유경 어,어뜨케?!! (제정신 아니다)

초록불 위태롭게 점멸하고. 비닐은 찢겨진 상태.
시선, 도로위에 팔딱이며 누워있는 금붕어를 향하는데

최현욱 E) 손 모으고 있어요.
서유경 에?
최현욱 (급하다. 두 손 잡아 동그랗게 손 우물 만들어 시범)
서유경 ! (얼결에 손 우물 만들면)
최현욱 (서둘러 두 마리의 금붕어 주워 유경의 손 우물에 넣는다. 신호 본다.)
할 수 있어요. 자 자 (생수병 돌려 물도 채워준다.) 준비됐죠? 뛰어.
서유경 (두 손 모으고 조심해 뛴다)
최현욱 (마트 봉투 챙겨 함께 뛴다)

빨간불 되기 전에 간신히 건너는 두 사람.

-# 건너편

둘, 숨 고른다.
유경, 자신의 손 안에서 헤엄치는 금붕어를 보다가, 옆에 선 남자를 본다.
그제야 제대로 들어오는 남자의 얼굴, 인상..

서유경 고맙습니다.
최현욱 (유경의 손 우물 들여다본다) 죽다 살았네 얘들.
서유경 (웃는다) 히.
최현욱 (따라 소리 없이 웃는다)

최현욱의 미소가 참 싱그러운 것도 같고, 느끼한 것도 같고.

서유경 (순간 멍) 아, (정신 차린다) 그 봉다리 참, 저 주세요.
최현욱 가만있어 보자, 봉다리를,. 봉다리가,.(손잡이 구멍을 그녀의 두 손에
끼우기에는 두 손이 크다) 안 되겠는데요.
서유경 저기 그럼
최현욱 (0L) 어 집 샌다.
서유경 (양 손 틈으로 물이 조금씩 흐른다)
최현욱 (어느새 서유경의 두 손을 꽉 감싸안아준다)
서유경 !
최현욱 (표정)
서유경 (속으로) 선수다 .
최현욱 (눈 마주치고는) 일단 내 손으로 얘들이 이사왔다가 그쪽 손이 빈 순
간에 이 봉다리 끼우고, 다시 그쪽손이 얘들 집 되면 될 것 같죠?
서유경 (빤히 본다) 그,러네요.
최현욱 근데, (유경의 두 손에서 손 떼고, 붕대 두른 손바닥 보여준다)
살짝 뎄는데, 흉 진다고 굳이 의사가 이렇게.
서유경 (본다) 아. 제가 알아서 해볼 게요 이제. 그만 가보세요. (웃어 보인다)
괜찮아요.
최현욱 (빤히 본다) 차력은 어때요?
서유경 ?
최현욱 (자기 입으로 무거운 봉투 물어 보인다. 두 손 모으고 가야하는 유경의시늉까지)
서유경 풋- (웃음이 난다)
최현욱 (다시 봉투 손으로 들고) 갑시다. 방법은 하나뿐이네. (앞서 간다)
서유경 (고맙다.) 신산가?

나란히 가는 두 사람 모습.


씬21. 골목. 식당 앞 (아침)


최현욱 금붕어 기억력이 얼만지 알아요?
서유경 아뇨.
최현욱 2초.
서유경 2초? (설마)
최현욱 그래서 2초만 지나면 기억력이 상실 되서 얘한테는 2초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죠.
서유경 그럼 좁은 어항에 살아도 답답한 것도 모르겠네?
최현욱 그럼요 2초 지나면 자기가 헤엄쳐 온데 까먹어요.
어 여기는 어디지? 2초 지나면 어 여긴 또 어디지?
2초마다 신천지가 열리는 거죠.
서유경 (웃다, 웃음기 거두고) 바보네.

둘, 식당 옆 직원 출구에 도착한다.
세레나타인지 잘 구분 안 된다.

서유경 다 왔어요.
최현욱 (재료 봉투 내려놓는다) 여기에요?
서유경 고맙습니다.
최현욱 잘 키워 봐요.
서유경 (그냥 보내기 좀 아쉽지만) 예.
최현욱 그럼 (돌아선다)
서유경 (문 열려고 하니,) 아 저기
최현욱 (돌아선다) ?
서유경 이왕,. 열쇠도 좀,. 뒤에 배낭 바깥 주머니에 있을 거 에요.
최현욱 아,. 손이 없는데, 깜빡했네.

최현욱, 서유경의 뒤로 배낭 겉주머니 뒤지는데,

최현욱 없는데요?
서유경 (갸웃) 맨 날 거(기) 두는데?
최현욱 없어요 확실히.
서유경 옷에 뒀나? 요기 요기 제 잠바 호주머니한번 더듬어 볼래요?
최현욱 더듬어도 되겠어요?
서유경 예 그럼요. (말이 쫌 그렇지만)
최현욱 (잠바 호주머니 더듬는다) 없는데요.
(내친김에 유경의 바지 양 옆 호주머니도 더듬는다)
서유경 아,.니 (신음소리) 윽.
최현욱 어딨는지 생각 안 난다 해놓고
여기저기 일부러 더듬게 하는 거 아니에요?
서유경 뭐에요-?
최현욱 멋쩍어서 농담하는 겁니다.
저 그럼. 이왕 시작한 김에(유경의 딱 붙는 티셔츠에 가슴에 붙은 주머니도 더듬는다)
서유경 윽. (신음소리) 흑.
최현욱 (마침내 찾아든 열쇠) !
서유경 (본다) .. 안 열어요?
최현욱 (열쇠 쥐고는)
서유경 (열기 기다리면)
최현욱 오늘 저녁에 시간 있습니까?
서유경 (본다)
최현욱 (본다)
서유경 (망설인다)
최현욱 뭘 망설여요? 처음엔 거절하는 거 에요.
서유경 밤에나 되요.
최현욱 밤 몇 시요?
서유경 열,. 한시쯤?
최현욱 그 시각에 남녀가 처음 만나서 할 일은 한 가지 뿐이에요.
(빤히 본다) 자는 거.
설마 그러자는 의도면 나는 고맙구요.
서유경 (버럭) 뭐에요??
일이 그 시간에나 끝나서 그런다고요-ㅅ!
최현욱 어지간히 내가 괜찮나 보네.
만나자는 말에 거절 한번 없이, 밤 12시 다 되서라도 응, 네 하는 거보니.
서유경 고마워서 소주라도 한잔 사려했던 것뿐입니다!
최현욱 나 같으면, 금붕어 잠깐 바닥에 내려놓고 직접 열쇠 찾겠네. 더듬게 안 하고.
서유경 이봐요!!
최현욱 반 한 거 맞구만.
서유경 보자보자 하니까!!
최현욱 봐도 봐도 괜찮지 뭐.
서유경 (버럭, 침 마구 튀기며) 아니라니까요!!!!
최현욱 (꿈적 않는다)
서유경 (거칠게 숨 내쉰다)
최현욱 좋아요, 밤 열한시에 아까 거기, 대로, 횡단보도서 봅시다. 오늘 말고 내일도 말고. 모레.
서유경 (대답 않는다)
최현욱 오늘하고 내일은 거절한 걸로 쳐주는 겁니다.
당신 자존심 세워주는 거 에요.
서유경 끙. (싫지 않다)
최현욱 그리고, ., 저기 나는 이 동네 처음이라 그런데, 세레나타가 어디에요?
서유경 ! 왜요 거기는?
최현욱 거기서 일할 겁니다. 일하기로 했어요. 거기서.
서유경 (빤히 본다)
최현욱 (별 생각 없이 둘러본다)
서유경 그럼, 혹,.시?
최현욱 (그제야 저만치 제대로 들어오는 간판 ‘세레나타’) !!! (표정 굳는다)
서유경 그럼 혹시?
최현욱 (0L)그럼 혹시?
서유경 (표정)
최현욱 당신 요리사인 거 에요?
서유경 (표정)
최현욱 여기?
서유경 (끄덕, 끄덕)

서유경, 내심 반가운 표정 되어가고.
내내 젠틀 하던 최현욱의 표정은 싹 바뀐다.

서유경 (여유 생긴다.) 막내야
최현욱 (돌아본다)
서유경 너, 몇 살이니?
최현욱 (뚫어지게 유경 보는 모습에서)

씬22. 세레나타 주방 입구 (오전)

넓은 와인 잔에 한 마리씩 담겨있는 금붕어.
열심히 헤엄쳐 다닌다.

씬23. 동-주방 (오전)

갖가지 준비사항 빼곡히 적힌 보드판 보이고.
바닥에 떨어진 매직펜 올려놓는 유경.

서유경 나이보다 주방에선 경력이 우선이니까 말,. (용기 낸다) 논다?

최현욱, 주방 쉐프 자리에 서서 꿈적 않고 경청하는 듯 보인다.

서유경 (끙..) 니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최현욱 (본다)
서유경 (괜히 긴장된다)
최현욱 (대꾸 없다. 메인 테이블에 팔짱 끼고 기대선다.)
서유경 아 설명 다 필요 없고, 그저 눈 막고 1년, 귀 막고 1년, 입 막고 1년 꾹
참아내면 된다 그거야. 요 입은 딱 한마디만 하면 된다.
최현욱 (본다)
서유경 네 쉐프. 예쓰 쉐프. 땡큐 쉐프. 해봐 한번. 네 쉐프.
최현욱 (꾹 다문 입)
서유경 예스 쉐프.. 땡 큐 쉐프.
최현욱 (비죽 흘리는 미소)
서유경 (시선 못 떼고)
최현욱 (일어선다)
서유경 (놀래) 그냥 가려구?
최현욱 (노려본다)
서유경 (불안하다) 왜 한마디도 안 하냐?
최현욱 (노려본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서유경 응 뭐든
최현욱 사장님은 언제 나오시지?
서유경 !! (반색) 하려고?

씬24. M오피스텔 1002호.

꾹 닫힌 문.
긴장감 흐른다.

씬25. 동-안

설대표 계약은 아직 몇 달 남았지만, 해고야 쉐프.
토티 (흥분) 해고?! 왜- 무엇 때문에?!!
설대표 요 몇 달 당신이 이태리로 거는 전화요금만 해도 요리사 두세 명 월급은 될 꺼야. 그렇게 이태리가 그리우면 돌아가.
토티 그게 이유라고?!!
설대표 보수는 올라갔는데, 레스토랑의 매출은 제자리잖아.
토티 (식 식 본다)
설대표 이미 다른 레스토랑에서 당신의 메뉴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어.
평범해져 버렸다고 당신의 레시피는 이제.
토티 (벌떡 일어난다) 말두 안 돼?!! 나 없이 세레나타 주방이 돌아갈 거
같애!!!
설대표 (피식 웃기만, 비행기 표 내려놓는다)
토티 (믿기지 않는다) Oh Mamma, Mamma Mia..!! (오 이런 세상에,.!!!)
설대표 (꿈적 않고 뒤로 건방지게 기대앉는다)

씬26. 세레나타 현관

직원 출구 말고, 손님 드나드는 현관 열고 나오는 서유경, 최현욱.

서유경 그럼 내일부터.
최현욱 (식당건물을 쭉 올려다본다)
서유경 내일 봐. (멋쩍게 손들어 보인다)
최현욱 (무시. 돌아서려다)
서유경 (표정)
최현욱 ,.금붕어 말인데,
서유경 ?
최현욱 금방 죽을 거야.
서유경 (놀래) 왜?
최현욱 우리 주방에 안 어울려.
서유경 왜 안 어울려?
최현욱 아까 보니까 그 금붕어들 여자더라.
서유경 (표정) 그래서.
최현욱 (빤히 본다)
서유경 (빤히 본다)
최현욱 됐다. (돌아서 가고)
서유경 (남아서)

씬27. M오피스텔 복도.

1001호 문 열고 나오는 희주, 미희, 찬희
1002호 문 벌컥 열리면서 흥분해 나오는 토티 본다.

일동 본조르노~ (Buon giorno)
토티 (흥분해 인사도 안 받고 가버린다)
희주 뭔 일이지? (꾹 닫힌 1002호 대문보고)

씬28. 세레나타 주방

유경, 계란 깨서 흰자 노른자 분리하다가 계란 크기를 서로 비교해본다.
서로 다른 크기의 계란들! 표정이 변하는 유경, 불현듯....

-->플래시백> 씬. 형제상회.
광태 (찔끔) 알,고있다니까. 하루 이틀 거래하냐 우리가?
서유경 그럼 (돌아서려는데,)
광태 아 저기,
서유경 (돌아본다) ?
광태 쉐프님께 전해줘. (징그럽게 웃어 보인다) 적당히 자기 것 도 챙기고,

서유경 ,.뭔, 소리야? (안되겠다.)

시계 확인,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씬29. 현금인출기 부스

부스 앞에 선 유경, 갑자기 눈에 힘이 풀린다.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

서유경 (동그라미 뒷자리부터 세기 시작..)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처
(뭐야 이거?)천 만?!!

씬30. 동-쉐프 룸

턱 천만 원 책상위에 수북이 내려놓는 유경.

토티 (관심 없다) 유경이 돌려줘.
유경 예?
토티 (쉐프 상의 갈아입기 시작한다. 기운 없다) 유경이 돌려줘.
유경 쉐프, 이 돈은 사실 저한테 준 게 아니라고요. 쉐프님한테 건네라는 거
거든요. 이 인간들. 그니까 이건 쉐프가 돌려주셔야 해요. 이번에
거래처도 바꾸자고요. 이 돈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오케이?
(책상 위 천만 원을 토티 앞으로 쓱 밀어놓고는 황급히 나간다.)
토티 (돈 본다)

씬31. 세레나타 전경. 입구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고급차량들.
주차직원들 달려와 발레 파킹 해주고,
차 없이 김 산, 걸어 혼자 쭐레쭐레 들어선다.
입구에 다가서자 활짝 열리는 현관출구.
홀 직원 서넛 일렬로 서 고개 숙인다.
맨 앞에서 손님을 맞는 설 매니저(겸 대표)

설대표 (정중하고 세련된 미소) 어서 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김 산 (대충) 에.
설대표 이쪽으로.

김 산, 설대표를 따라 가는데 일각의 유경을 발견한다.

김 산 어이, 요리사님! 안내 좀 해줘.
유경 (설대표 표정보고, 끙. 홀로 안내)

홀 입구서 이쪽에 시선 주는 설대표 보이고.
설대표 때문에라도 계속 정중한 태도 유지하는 유경,

김 산 오늘은 뭐가 좋아 요리사님? 스테이크 괜찮나? 지난번에 랍스터는 좀
그렇드라~
유경 (끙. 한숨 푹 쉬며 계속 걷는)
김 산 외국에서는 이렇게 주방 요리사를 불러 달래서 메뉴 추천 받기도하고, 또 뭐냐 어, 다 먹고 나서 정말 맛있었다. 뭐 ‘당신의 요리가 섹스 보다 낫다’ 그런 소리도 요리사 불러서 직접하고 그래.
유경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빈 테이블 앞에 멈춰 서서는 정중히 의자 당겨주며) 어디서 들은 건 많으십니다.
(예의 갖춰) 당신의 요리가 뭐보다 나요?
김 산 어?
유경 (빤히 본다)
김 산 아니 뭐 그냥. (얼버무리고 앉으며) 메뉴판은 안주나?

씬32. 세레나타 입구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김 산, 유경이 급히 뛰어 와 앞을 막으며

김 산 (오) 배웅까지?
유경 다시 오지 마세요 손님.
김 산 무슨 식당이 손님을 오지말래냐?!
유경 저 아세요?
김 산 (대꾸 않고) 또 오세요, 손님 해야지?
유경 주방에서 눈치 준다고요. 층층시하 선배들 다 있는데, 올 때마다 뭐가 맛있냐! 메뉴 추천 바란다!
마치 선배들 실력 평가하듯 뭐가 맛있다! 뭐가 잘한다! 솔직해야 되고,
김 산 거짓말도 곧 잘 하더만 모.
유경 뭐에요?
김 산 오늘 추천 스프 꽝이더라.
유경 (꾹) 잘 됐네요 그럼. 앞으로 제 추천은 다 젤 안 팔리는 거, 재료 묵은 거, 요리사님이 아직 시험중인 거 추천나가니까, 오시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세요. (돌아서간다)
김 산 (밉지 않은 듯 본다)
유경 입만 고급이어가지고, 에이. (들어간다)

씬33. 홍대 클럽 (밤)

클럽을 달구는 음악.
최현욱, 기분 좋게 취해있다.

씬34. 락커 룸 (밤)

피곤한 표정의 유경, 락커룸 앞에 다시 선다. 즉석사진 달려있다.

유경 !!! (화들짝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는)

이제 막 ‘꽃’이 핀 작은 선인장 사진.

씬35. 동-복도 (밤)


서둘러 달려 나가고 홀도 둘러보는...

씬36. 세레나타 전경 (밤)


정신없이 입구로 달려 나와 살피는 유경.
아무도 안 보인다.

씬37. 휴게실 락커룸 앞 (밤)

유경, 숨 고르고 오늘 붙은 ‘즉석사진’ 보다가 떼어낸다.
락커문 열면 벽에 가득 붙은, 각기 다른 가시달린 선인장 즉석사진들.
꽃 핀 선인장은 오늘이 처음이다.

씬38. 희주 오피스텔 침실 (밤)

불 꺼져 어두운 방안. 각기 침대에 누운 희주, 유경.

희주 (잠결이다) 보조 한다는 애 오늘 왔다 갔니?
유경 예. 내일부터 나올 거예요.
희주 응. (고개 돌리고. 졸리다)
유경 (이불속에서 손 꺼내는데, 아까 그 사진 들고 있다.)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마냥) 선인장꽃~이 피었슴미다,.

씬39. 텅 빈 세레나타 주방 (밤)

입구에 와인 잔 두 개.
화려한 꼬리의 금붕어 두 마리가 각각의 잔에서 헤엄친다.

씬40. 호텔 전경 (아침)

씬41. 동-룸 (아침)

햇살 화창하게 커튼 사이로 들어온다.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보고 있는 현욱, 생각이 많은 표정이다.

씬42. 세레나타 전경 (아침)

아직 오픈전이다. 아침 조례 시간.

씬43. 홀 (아침)

왼쪽엔 홀 직원 15명 일렬로 쭉.
오른쪽엔 요리사들 서열대로 쭉.
설대표 사장실 쪽에서 옆에 은수 끼고 등장한다.
모두의 시선, 은수를 향한다. 유경의 시선이야 말할 것도 없다.
중앙에 서는 설대표.

설대표 오늘부터 토티 쉐프는 개인사정으로 못 나오십니다.
유경 !!
설대표 그리고 젊고 능력 있는 새 쉐프가 오늘부터 주방을 지휘하게 됩니다.
일동 (일제히 의아하게 은수를 향하는데)

씬44. 세레나타 건물 앞 (아침)

택시, 끼익 요란하게 멈춰 선다.
최현욱 타고 있다.

씬45. 세레나타 홀 (아침)


설대표 신임 쉐프에게는 주방에 관한 전권을 부여한 바,
빠른 시일 내에 적응하고 협력해서 최고였던 우리 세레나타 주방의 명
성을 되찾기 바랍니다.
일동 (수근 수근)
설대표 자 그럼

이때 벌컥 문 열리고 들어오는 최현욱.

일동 (최현욱 쪽으로 시선 모아지는데) ?
유경 (고개 외로 꼬고, 속닥) 으이그 좀 빨리 좀 오지. 첫날부터 빠져가지고.
설대표 (기다렸다는 듯) 마침 오셨네요.
어서 오십시오.
최현욱 (설대표 안내로 중앙에 선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최 현욱입니다.
일동 (수군수군)
유경 (뭔 소린가) 그럼 저 은수은?
설대표 주방에서 새로 보조로 일할 친구니까 유경씨가 잘 좀 챙겨줘.
유경 ?!!?!!!!!
은수 (90도 거의 절하듯 고개 숙인다. 크게 복창) 잘 부탁드립니다!!!
정은수입니다!!
유경 (현욱 보고) ! ! !
최현욱 (한명씩 요리사들과 악수하며, 통성명하고 내려온다)

금석호 부주방장 금석홉니다.
최현욱 (힘주어 잡은 금석호의 눈빛에서 견제가 느껴진다) 넘버2구만.
희주 부주방장 이희줍니다.
최현욱 부주가 둘이구만. ok. 넘버4.
미희 박미흽니다. 파스타 담당입니다.
최현욱 넘버5.
호남 정호남입니다. 파스타 담당입니다.
최현욱 넘버6.
찬희 박찬흽니다. 안티 파스토 입니다.
최현욱 넘버7.
민승재 민승잽니다. 파스타 담당입니다.
최현욱 넘버8.
한상식 한상식입니다. 안티 파스토 어시스턴트 담당입니다.
최현욱 (서유경 앞에 마주선다)
서유경 (최현욱에게서 시선 떼지 못한다)
최현욱 (본다, 기다린다)
서유경 서 유경입니다. 파스타 어시스턴트입니다.
최현욱 (본다)
서유경 (본다. 그의 표정을 알 수 없다)

씬46. 세레나타 전경, 홀 현관 (런치 타임)

오픈 팻말 걸리면서 문 활짝 열린다.
수 십 미터 줄 서있던 손님들, 표정 환해지고.
런치 타임이 시작된 것이다.
설대표를 위시해서, 양 갈래 나눠 서있던 홀 직원들 일제히 고개
숙여 차례로 들어오는 손님 맞는다.

홀 직원 일동 어서 오십시오.

씬47. 쉐프룸

쉐프복으로 바뀐 최현욱의 뒷모습.
양팔 벌리면 은수, 커다란 앞치마 쉐프의 허리에 두르고 묶어준다.
최현욱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씬48. 주방

주방 서열대로 각기 위치에 정렬한 요리사들.
서유경, 파스타 스토브 하나 꿰차고 서있다.
은수, 주방보조 자리에 서고.
메인 쉐프 자리에 서는 최현욱,
모두들 최현욱의 사인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서있는데

최현욱 (예의 그 젠틀한 미소 짓는다)
일동 (기다린다)
최현욱 (빌지 나오는 기계에 시선 한번 주고)첫 주문을 기다리는 이 순간은 늘 설레죠.
여자요리사들 (핸섬한 외모에 말투까지. 설레는 건 그녀들이다)
최현욱 빈 접시가 돌아오는 순간은 행복합니다.
여자요리사들 (서서히 눈이 풀려간다)

순간, 신호음과 함께 빌지 기계에서 혀 내밀듯 나오는 첫 주문.

최현욱 (박수 짝 짝 두 번) 자. (양팔 벌려 보인다)
편하게 여러분이 하시던 대로 하면 됩니다.
일동 예 쉐프!!
최현욱 (기계에서 빌지 꺼내 끼운다) 시작해 볼까요.
일동 (크게) 예 쉐프!!!!
최현욱 테이블 넘버4, 그란치오 하나, 뽀르치니 하나, 페투치네 둘,
봉골레 셋!
일동 (더 크게) 예 쉐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주방.

찬희 아,.언니 나 쉐프님 목소리에 녹아 버릴 거 같애.
희주 (프라이팬으로 머리 콩 콩) 정신 차려 이년아. (매한가지다)
찬희 씨,.언니는,.(눈 흘기고, 프라이팬 흔들면서도 시선은 최현욱에게로)
유경 (시작도 못하고, 아예 최현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얼떨떨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정신 차리자. 서유경, 세차게 고개 흔들고, 연이어 기계에서 물밀듯이 나오기 시작하는 빌지. 최현욱의 주문 목소리 주방을 빈틈 없이 메운다. 10개의 스토브 불길 넘실대면서 일제히 흔들어대는 프라이팬, 금방 땀 범벅 되는 요리사들. 요리사들 사이를 유유히 돌아다니면서 체크하는 최현욱 모습. 그의 시선은 온통 여자요리사들에 집중되는데
- 박미희(No.4) 의 풍만한 가슴. 풍성한 웨이브 롱 헤어스타일.
프라이팬을 흔들자 그녀의 가슴도 요동친다.
- 박찬희(No.6) 의 핫팬츠 수준의 반바지, 쭉 뻗은 다리.
프라이팬을 흔들자 밖으로 튀는 내용물이 더 많을라 그런다.
- 이희주(No.2) 의 실룩대는 엉덩이,
- 서유경의,.?,. 서유경은,.. 뭐 그닥 볼 것도 없는 여자.
프라이팬을 흔드는 폼이 제일 어설프다.
더구나 최현욱이 지켜보니, 더 어설퍼진다.
최현욱, 서유경의 뒤에서 서유경이 잡은 프라이팬 손잡이 잡아주고
같이 제대로 흔들어 준다. 서유경, 바짝 긴장한다.

유독 여자 요리사들 옆에 바짝 붙어 수컷의 냄새를 풍기는 최현욱.
나머지 남자 요리사들, 슬슬 신임 쉐프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거슬린다.

씬49. 세레나타 전경 (낮~~>밤)

요리사들이 흔들어대는 프라이팬처럼 세레나타 식당이 앞뒤로 흔들리며낮에서 밤 시간으로 이동.
폐점팻말 (Chiudere) 걸린다.
별이 총 총 뜬다.

씬50. 동-주방 입구 (밤)

모두 퇴근하고 텅 빈 주방.

씬51. 쉐프 룸 (밤)


다시 정장차림인 최현욱이 서있고.
설대표, 앉아있다. 오피스텔 열쇠 건넨다.

설대표 계실 곳입니다.
더 원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현욱 주방만큼은 대표님도 건드리실 수 없습니다.
온전히 쉐프인 저의 영역입니다.
설대표 물론입니다.
주방은 어떠셨는지요?
최현욱 (빤히 본다)
설대표 서로 호흡 맞춘 지 꽤 된 요리사들이니까 쓸 만 하실 겁니다.
최현욱 .. 개판이던데요.
설대표 (잘못 들었나?!!!) ,.예?
최현욱 아직은 제 주방이 아닙니다.
저의 주방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설대표 (표정) !!
최현욱 (표정에서)

씬52. M오피스텔 전경 (밤)

씬53. 1001호 침실 (밤)

각기 침대에 누워 천정 보는 두 여자.
침대 아래 미희, 찬희도 누워있다.

희주 어쩐지 어제 오전에 토티쉐프가 우릴 봐도 아는 척도 않고 가더라고.
유경 (꿈뻑 꿈뻑 천장만 본다)
토티쉐프도 좋았는데.
희주 좋기는 개뿔이. 야 (벌떡 일어난다) 까놓고 말하자.
너무 밝혔어 여자.
유경 (웃는다)
희주 넌 아쉽니? 토티가 가서 서운해?
유경 뭐 그렇다기보다요. 그래두 저, 만년 주방보조에서 한 계단 승진시켜 주
신 분이잖아요. 저 프라이팬 잡을 수 있게 기회주신 분이잖아요.
희주 (관심없다. 다시 눕는다) 새 쉐프는 이태리서 직수입 했다드니 한국남자
안같지 않니? 갓 짠 신선한 올리브유 같지?
유경 (꿈뻑 꿈뻑)
미희 명품이야.
유경 (꿈뻑 꿈뻑)
찬희 너는 안 그래? (대답 없다) 토종 이태리가 좋아?
유경 히. (웃는다)
희주 일할 맛 나는데, 내일부터 한 시간 일찍 나가볼까?
유경 (본다)
희주 (하품) 아.. 피곤하다. (고개 돌리고 잔다. 졸음 묻어) 쌀 씻어놨니?
유경 예.. (천장을 본다)

-->플래시백> # 18. 도로
최현욱 (0L) 어 집 샌다.
서유경 (양 손 틈으로 물이 조금씩 흐른다)
최현욱 (어느새 서유경의 두 손을 꽉 감싸안아준다)

유경 (표정에서) ,.

씬54. 동-복도 (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최현욱.
설대표가 건넨 카드키로 1002호 문 열고 들어간다.
마주보는 호수, 1001호다.

씬55. 1002호 거실 (아침)

tv에 “쉐프의 테이블” 방송중이다.

오세영 안녕하세요 오세영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꽃게를 얹은 로제쏘스 링귀네‘를 한번 만들어 볼게요. 이름만 들으면 뭔가 어렵게 느껴지신다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알고 보면 꽤나 쉽고 간단한 레시피니까요. 그럼 주재료부터 살펴볼까요? 꽃게는 우리나라에선 아주 풍부하게 잘 잡히지만
이태리에선 굉장히 귀한 해산물이에요....

부러운 듯 화면을 보고 있던 유경 시계를 보더니 허겁지겁 달려 나간다.

씬56. M오피스텔 복도 (아침)
유경, 1001호 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엘리베이터 막 닫히려는 것 같아 잽싸게 가로막고 뛰어든다.
최현욱 타고 있다. 둘 시선 마주친다.
문 닫힌다.

씬57. 동-엘리베이터 안 (아침)

최현욱, 시선 안주고 모니터숫자만 보고 서있다.
힐끔 최현욱 눈치를 보고 서있는 유경.

유경 ,.처,음에.. (몰라보고) 죄송했습니다.
최현욱 ...
유경 ...
최현욱 오늘 약속 잊지 마.
유경 ?
최현욱 열한시.
유경 (뭔 소린가?)
최현욱 횡단보도.
유경 ! 아,.(알아들었다)

문 열리고, 최현욱 먼저 내려 성큼성큼 간다.
서유경, .. 싫지 않다.

씬58. **이태리식당 (아침)

요리 프로그램 “쉐프의 테이블” 녹화가 끝나고 오세영의 책 “파스
타 권하는 여자(큰 제목), 국내유일 여자 쉐프 오세영의 시크릿 레서피(작은 제목)”사인회중이다.
방청객들 줄 서서 사인을 받고 있다.

김산 (책 내민다)
오세영 (일단 싸인부터 해주는데)
김산 E) 요리가 좋아요 남자가 좋아요?
오세영 (익숙한 목소리. 고개 든다) 요리 잘하는 남친이 좋죠?
김 산 밥 한번 안 해봤는데,
오세영 자랑이네요.
김 산 자랑이죠.
오세영 (빤히 본다) 밥 한번 해봐요 그럼. 오늘.
김 산 (빤히 본다)
오세영 다음 분.
김 산 (피식 웃으며) 이따 보자.

씬 59. 세레나타 전경. 식당 입구 (아침)

식당 앞에 멈춰서는 배달용 밴.
남자 한명이 부지런히 계란 판 산처럼 들고 내려 창고 쪽으로 간다.
보조석에서 내린 광태사장, 느긋하게 식당현관을 향해 걸어가는데,
그런 광태사장의 어깨를 스치고 거침없이 지나가는 최현욱.

광태사장 뭐야 저 새끼 (물론 작은 혼잣말이다)

유경, 세레나타 입구로 들어서다가, 광태사장 발견한다.
형제상회 차 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들어가는 계란판들 보고, 이해 안 된다.
광태사장 앞에 서는 유경.

유경 더 이상 거기랑 거래 안하는 거 모르세요?
광태 (뜬금없다) 아 왜이래 유경씨? 난 오늘은 더 환대해 줄줄 알았는데.
유경 (기가 막히다) 뭐요?
광태 (느긋하다) 또띠쉐프한테 오랜만에 인사도 좀 드리고 갈까 싶은데,
유경 ! (정신이 번쩍) 또,또띠가 어제 (설마)
광태 (표정)
유경 도,돌,려주지 않았단 말에요?
광태 (친한 척 어깨 툭, 넌지시) 예쁜 것도 좀 사 입고, 효도도 좀 하고 그래..

얼굴 하-얘진다 서유경.
얼음처럼 굳어 섰는데,
저만치 식당입구 카운터께서 계란판 두고 얘기중인 최현욱 보인다.
헉. 그런 최현욱 뒤로 하고, 유경, 서둘러 허둥지둥 핸드폰 번호 누른다.

안내음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 뚜 뚜 뚜 뚜
서유경 (휙 다시 돌아본다. 시야에 들어오는 최현욱. 한 두 개씩 달걀 들어 살펴본다) !!!!! (거친 심장소리)

씬60. 세레나타 여자화장실

멀미중인 서유경. 변기에 대고 왝 왝 대다 고개 든다.

광태사장 E) 새 쉐프 온건 내 알바 아니고.
그냥 하던 대로 쭈욱- 뭐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쭉.. 쭉.

쭉 소리 한 번씩 들려올 때마다 서유경, 구토가 올라온다.
우웨에엑 변기 속에 고개를 쳐 박는다. 눈물이 찔끔 난다.

유경 아 씨,. (반쯤 넋이 나간 표정) (말두 안 된다!!)

씬61. 주방 입구

유경, 속이 타는 듯 물 컵 들고 벌컥 들이킨다.
와인 잔의 물도 밤새 줄었다. 자기가 먹던 시원한 물 와인잔속에
나눠준다.
금붕어들 잘 논다.

씬62. 세레나타 주방 (런치타임)

여자요리사들 어제보다 복장, 액세서리, 자태, 몸짓이 더 화려하고 과감해졌다.
서열대로 정렬, 긴장해 선 요리사들. 쉐프 아래 빌지기계는 아직 비어있다.

최현욱 자 오늘은 첫 요리가 뭐가 될지 기대해볼까?
찬희 (약간 코맹맹이) 네~쉐프.
일동 (의 시선, 찬희에게 꽂힌다)
유경 (가장 긴장해 서있다)

씬63. 세레나타 홀 (런치 타임)

은식기들, 눈부시게 하얀 테이블보들, 파스텔 톤의 다양한 꽃들 사이로한곳의 빈자리도 없이 손님들 식사중이다.
접시 4개씩 들고 유영하듯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홀 직원들.
테이블7번엔 오세영이 기다리던 김산과 합석하고 그 뒤 테이블8번에서는 여자 손님 둘이 먼저 나온 빵 먹으면서 메인메뉴 기다린다.
빵을 먹으면서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씬64. 동-주방

십 여 명의 요리사들 각기 동선대로 분주하게 요리중이다.
하나 둘씩 최현욱이 선 메인테이블 위에 확인받듯 올려지는 요리들.
한상식이 올려 논 샐러드접시. 아슬아슬한 높이로 근사하다.

최현욱 애인왔냐?
한상식 (못 알아듣고) 예?
최현욱 (접시 들어 홀써빙마냥 제자리걸음) 손님이 니 애인이 아니고서야 왜이
렇게 높이 쌓았냐고? 어!!? 수북이 탑만 쌓으면 요린줄 알어?!!
어차피 테이블까지 가다 다 무너져, 먹던 거 내온줄 안다고--!!
(말 그대로 먹던 것 같이 된 샐러드 접시, 통째로 날려 냉장고에 부딪는다. 쨍그랑 접시 깨지는 청량음. )
한상식✝일동 (시선집중, 전운이 돌기 시작한다)

- 신호음, 빌지에서 나오는 주문서, 최현욱, 격하게 뽑아들고 외친다.
최현욱, “테이블 넘버8, 로마셋트 둘! 전복 스테이크 들어가고,
참치 카르파쵸 캐비어! 토마토 숲! 샬롯 앤다이브 샐러드! 안심 생략 하고, 그릴 랍스터, 갈릭 랍스터 각기 하나씩!!!”
일동 예 쉐프!!

-그야말로, 단 한 접시의 요리도 최현욱의 통과를 받지 않고는 못 나가는 상황 이어 진다.

최현욱 앞에 프라이팬에 든 파스타 내보이는 정호남.

최현욱 (뜨겁지도 않은가보다. 손으로 능숙하게 한 줄기 면 집어 들어 맛본다)
(한 두 번 씹고는 우웩, 쓰레기통에 뱉어 버린다) 이 구역질나는 파스타
는 뭐냐?
정호남 올리브오일로 맛을 낸 자연송이 크림소스 파스탄데요.
최현욱 오일을 얼마나 넣은 거냐?
정호남 적당히 넣었는데요.
최현욱 (뜨거운 줄 모르고 한손으로 몽땅 잡아 쥐고 쭈욱 짠다. 흥건하게 뚝 뚝 흐르는 기름) 적당히? 이게 적당히?!! 이 떡 진 머리 같은
파스타는 나중에 니들 귀한 식구들한테나 먹이라고 제발--!!
정호남 (벌게진다.) !!! 네 쉐프.
최현욱 (바로 옆 미희가 내놓는 ‘오징어먹물 리조또’ 접시 채 뒤집어 보인다.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 똑같은 거 하나 더 있군. (아예 미희의 배에 접시를 척 갖다 붙인다)
미희 (이 악물고) 네 쉐프. (접시 안고 돌아서 다시)

-콜드 키친에서 서둘러 보리새우(스칸피) 껍질 벗겨내는 민승재.
최현욱이 바로 옆에 서있으니까 잘 하던 것도 부들부들 떨린다.
전채요리 위에 알몸 새우 살짝 올려주면

최현욱 (보리새우 집어 들고) 여기 등도 따야지?
민승재 그게, 그,급해서..
최현욱 그래서 그게 새우 탓인가!!? 새우 잘못이야?
민승재 잘못했습니다.
최현욱 뇌에 칼집 좀 내줄까? 그래야 정신 차릴래?
민승재 (허걱, 입이 안 다물어진다. 간신히) ,.예 쉐프.
최현욱 다시.
민승재 예 쉐프.
최현욱 다시.
민승재 (크게) 예 쉐프!
최현욱 다시.
민승재 (본다) 땡큐, 땡큐 쉐프!!
최현욱 (표정에서)
유경 (설거지하며 뒤돈 채, 긴장한다)

씬65. 홀 (런치타임)

테이블8번의 여자 손님 둘, 가재 먹는 중이다.
하나는 갈릭 랍스터, 하나는 그릴 랍스터.
맘에 안 드는지, 소리 나게 포크 놓고, 네모(홀 써빙) 부른다.

여자손님1 가재가 너무 퍽퍽해요.
이런 퍽퍽한 거 먹자고 부가세 내가며 여기서 식사하는 줄 알아요?
네모 (보아하니 거의 먹었다. 그래도 정중하게) 죄송합니다.
다시 해 올리겠습니다. (두 접시 다 들고 주방 쪽으로)

씬66. 주방

빈 냄비 속에 국자 집어넣고, 귀청 따갑도록 두들겨 대가며 최현욱, 소리친다.
(요리사들은 정말 바쁘게 움직이고들 있는데도)
“움직여. 전봇대처럼 서있지 말고! 헛동작들 말고!!!”

-계란 톡 깨서 흰자 노른자 양푼에 급하게 분리하고 있는 은수.
현욱 코앞에 멈춰 서서 은수의 하는 양을 노려본다.

최현욱 계란을 10개나 분리했는데 이렇게 양이 쥐며느리 거시기만하다 이거지?
은수 (부들부들) 예 쉐프.
유경 (계란 소리만 들어도 허걱. 마치 자신을 향해 조여 오는 듯 )
최현욱 (냄비 던져버리고 흰자 분리 중이던 큰 쇠 양푼 빼앗아 미친 듯이
두들겨 대며 거품 낸다) 제발 좀 움직이라고 이 굼벵이 새끼들아!!!
유경 (그의 모습에 뜨거운 숨이 나온다. 하-)

-여전한 전쟁 통 속에 최현욱, 쓰레기통까지 뒤진다.
스테이크 살짝 태운 거, 도미 태운 거, 닭 가슴살 실패한 거 등
금석호의 조리대 위에 하나씩 척 척 올려놓는다. 비싼 식재료들 마구 나온다.

최현욱 이거 다 하면 니 한 달 치 월급은 되겠다.
(쓰레기통 거꾸로 들어 금석호의 머리위로 부어버린다)
금석호 (수모) !!!!!!!!!!! 예 쉐프 (하는데)

-네모, 반품된 접시 들고 허겁지겁 들어선다.
주방 스탭들, 네모에게 시선.

네모 너무 익혔다고 컴플레인 들어왔어요.
다시 해주십쇼. 빨리요.
희주 (얼굴, 일그러지고) !! (이 앙다문다. 유경에게) 랍스터 다시 내와.
유경 (바짝 긴장)! (서둘러 냉장실 문 열고 들어간다)
최현욱 (그 모습을 본다)
희주 여자야? 남자야?
네모 여자 둘요.
희주 (접시 들고) 거의 다 먹었구만 지랄이야 지랄들이.
최현욱 (희주가 든 접시 빼앗고 불같은 시선) 돌아온 접시에 대고 욕 할 시간
있으면 닥치고 요리나 해-!!!
희주 (그 멋지던 젠틀맨 쉐프는 어디로 가고, 울그락 불그락)!!!
유경 (냉장고서 스티로폼 (안에 가재 손질돼 보관된) 들고 나오다 그 모습 본다)
최현욱 (유경의 스티로폼에도 짝 시선) !!!

씬67. 홀 (다시 8번 테이블)

다시 서빙 된 그릴 랍스터, 갈릭 랍스터, 오물 조물 먹고 있는 두 여자.
네모, 뒤에서 물 따라 준다.

네모 이번엔 괜찮으십니까?
두여자 (대꾸 없이 먹기만)

-뒤에 7번 테이블.
오세영은 그 두 여자가 정면으로 보인다.

오세영 (김 산에게 가까이) 골드 스푼 기자들이야.
김 산 응? (고개 돌려 보려면)
오세영 (한 손으로 얼굴 세운다)
김 산 왜?
오세영 식당들 맛 평가단. 별 점 매기는 기자들 있잖어.
김 산 (표정)
오세영 (재밌다는 표정, 호기심 있게 지켜보는데)

-다시 8번 테이블.

여자손님1 (포크, 나이프 던지듯 내려놓는다)냉동한 거 사다가
그냥 해동해서 쓰는 거 아냐?
여자손님2 (메뉴판 확인해가며, 비웃는다) 여기 머스터드 소스
의 살.아.있.는 랍스
터 분명히 돼 있잖아.
여자손님1 살아있는 랍스터는 어제 다 죽었나부지. (키득)
여자손님2 그러게 직접 와서 먹어, 봐얀다니까.
네모 (사색이 되고)

씬68. 주방.

-다시 숨이 턱에 차 달려 들어오는 네모.
역시 랍스터 두 접시 양손에 들고.

네모 이렇게 비싼 게맛살은 처음 먹어본다고!!! (안절)
최현욱 !!!!
네모 쫄깃한 가재 맛은 어디가고, 푹 늘어져 퍼진 게 가재 시체로 만든 거냐 고 자꾸 의심을 하네요!! (부절)
희주 !!! (흔들던 파스타 거의 던지듯이 스토브위에 팽개치고, 성큼성큼 수족관 쪽으로)
유경 (자동으로 희주가 던진 두 개의 프라이팬 받아 어설프게 흔들어대며 희주에게 눈을 못 뗀다)
희주 근데 이 얘팬네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펄떡이는 랍스터 두 마리 건져 올린다. 집게다리 족쇄도 빼버린다.
여자요리사들 어,언니--!!
희주 (막을 새도 없이 직접 홀 쪽으로)

씬69. 홀

홀로 나오는 희주.
대자로 팔 쫙 벌리는 무시무시한 랍스터 들고 8번 앞에 멈춰 선다.

오세영 (표정) !
김 산 (오세영 표정 보고, 고개 돌린다) !!
여자손님1 (팽팽하게 시선 주고)
희주 (빈 접시 위에 한 마리씩 놔준다) 자, 자,
손님들 (수군수군)
희주 사람을 세 번씩이나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게맛살 같아서
접시를 반 이상 싹싹 핥고 물리십니까?! 예?!!
살아있는 랍스터 맞거든요?! 회 쳐드릴까요? 반숙? 완숙?
원하는게 뭐야 대체?!! 직접 (산 가재 들어 보인다) 이걸로 다시 해드린다고.
직접 얘기하시라고, 나한테--!!

놀란 설대표, 달려와 희주를 잡는다.

설대표 미쳤어? 돌았어!?
(손님에게 고개 숙인다) 죄송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정말.
희주 (아랑곳 않고, 흥분해서는) 게맛살이 어때서?
늬들이 게 맛을 알아?!!
홀써빙들 (서넛 몰려와 희주를 잡는다)
여자손님1 (설대표에게 명함 건낸다) 골드 스푼 서베이에요. 주방장님 좀 뵐 수 있을까요?
희주 (발버둥) ?!!

희주, 주방으로 웨이터들에 의해 떠밀리듯 들어오려면

씬70. 주방입구

최현욱 어딜 들와?
희주 (멈춘다)
주방스탭 (긴장)
최현욱 내가 별 점이나 구걸하려고 이태리서 온 줄 알아?
희주 (표정)
최현욱 해고야 당신.
희주 (번쩍 정신 난다) 뭐요?
최현욱 유 퐈이어드!!!
희주 하! 하?! 하 참!!? (기도 안찬다)
희주 (못 참고) 야------!!!

희주 고함에도 꿈쩍 않는 최현욱.
뭐라고 말하고 싶으나 하지 못하는 유경... 다른 요리사들도 감히 끼어들엄두를 내지 못한다.

씬71. 쉐프 룸 (밤)


쉐프 룸 텅 비어있다. 정적.
그 위로

미희 E) 미친 새끼 아냐?!
입이 걸레야!! 어떻게 사람 먹는 음식 만드는 입이 저렇게 더러울 수 가
있냐? 쉐프가 새로 오면 동선도 바뀌고, 낯설어 실수도 나오고 그런 거지

씬72. 동-냉장실 (밤)

지친 듯 철퍼덕 딱 붙어 앉은 미희, 호남.

미희 (쓰러지듯 어깨 기댄다) 어우 자기야 나 저런 미친 새끼 밑에서 앞으로
끔찍하다아..
호남 (위로하듯 안아준다) 글게,. 아까 우리 자기 배위에 리조또 범벅해대는
데, 나, 그 새끼 진짜 (하다가, 사슴눈망울 같이 애틋한 미희의 눈과
마주친다.. 못 참고 키스한다.) 미안하다.
미희 자기가 왜..?
호남 너는 남자 맘을 몰라 (이글이글 불타는 눈)
미희 (표정)
호남 사랑해.
미희 ,.나두.

둘, 한데 포개져 요리사 복까지 벗어던지고 서로를 탐하는데,.
살며시 뒤에서 ‘냉동실’ 문을 열고 나오는 최현욱.
노트 들고 빤히 둘의 하는 양을 지켜본다.
기다리다,. 안되겠다.

최현욱 저기 바쁜 거 아는데, 잠깐만 요쪽으로 비켜주면 안될까?
미희,호남 ! (동작 그만)
최현욱 (둘을 밀친다) 여기 이거 좀 들고나가야 돼서 말이야.
(뒤따라 나온 은수에게) 냉동실 재고상황 주방에 적어 넣고!
은수 네 쉐프! (스티로폼박스랑 노트 집어 들고 따라 나간다.)

씬73. 주방 (밤)

미희,호남 사색이 되어 허겁지겁 따라 나오며“ 쉐,쉐쉐,.프..”
긴장상태로 일하던 요리사들의 시선 일순 집중된다.

미희 아 저기 추, 추워서 좀 붙어있었던 것뿐이에요.
최현욱 추워서?
호남 (거든다. 끄덕끄덕)
최현욱 벗고서?
미희,호남 (식은땀 줄줄) !!
최현욱 막내한테 조-은거 가르친다. 이 내장을 확 뽑아서 쏘세지로 줄줄이 매
달고 싶은 것들! 주방이 니들 침대냐-?!! 주방이 니들 사랑
하라고 있는
놀이턴줄 알아?!! 너!
미희 (침 꿀떡)
최현욱 해고. 너!
호남 (긴장)
최현욱 해고.
미희,호남 (바짓가랑이 잡는다. 동시에) 쉐프!!
현욱 놔!!!

확 뿌리치고 가는 현욱의 서슬에 유경, 당황해 허둥지둥 대다 그만
들고 있던 얼음 수백 개를 기름 솥에 풍덩 빠트린다.

유경 (정지)
최현욱 (정지)
석호 (정지)
일동 (정지)

일제히 바닥으로 웅크리는 순간.
화산이 폭발하듯 주방에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기름비가 쏟아진다.
불붙거나 뜨거운 기름비가 소나기처럼 내리는 주방. 그 위로119출동 사이렌 울리고.

씬74. 홀 (밤)


성큼성큼 홀로 나오는 최현욱.
요리사들 서열대로 정렬해 서있다.
여자들은 모두 오른쪽. 남자들은 모두 왼쪽.
스티로폼은 은수가 들고 넘버10자리에 선다.
긴장하는 유경.
최현욱, 일렬로 선 여자들 쪽 시선 준다.

최현욱 (거침없이 희주 앞으로)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희주 뻔히 살아있는 랍스터를 시체취급하면서 접시를 계속 돌아오게
하는데 무조건 참아야 합니까!! 건 30분전에 막 잡은 랍스터를
스티로폼에까지 넣어서 냉장고에 뒀다 꺼낸 정말 싱싱한 거 였다고요!!
최현욱 너는 이미 해고고 나는 해고사유를 너한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싶은
친절한 상사도 아니고, 시간 아까워 미치겠는데, 돌겠는데,
다른 머리 나쁜 요리사들이 조오타고 붕신같이 따라할까 싶어 한번에
설명한다.
일동 (그의 속사포 청산유수 일침에 입이 탄다)
최현욱 냉장 보관해야 하는 물건은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보관하면 안 되는 거 모르나? 공기가 안통해서 냉장고에 넣어도 냉장이 안 된다는 거 모르나?!!
희주 (몰랐다)
최현욱 그건 갓 잡은 탱탱한 랍스터의 살을 축 축 늘어지게 삭히는 행위다.
그러고도 컴플레인 받을 때마다 미친년 널뛰듯이 10개의 다리 쫙 쫙 리고 그저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는 가재 들고나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널뛰었겠지? 요리사의 자존심은 그런데다 갖다 붙이는 게 아니야.
널은 집에 가서 뛰어 이제.
희주,일동 (그의 독설에 입이 벌어진다)
최현욱 다음.
미희 (앞에 최현욱 선다)
최현욱 주방에서 남녀상열지사 벌여도 해고다.
밀가루 반죽하던 손으로 동료 요리사 가슴이고 엉덩이고 주물러도 된다는 법? 내 주방엔 없다. 애인의 가슴은 저 문밖에 나가 주물러라.
뒤에 수컷까지 당연히 해고.
미희 (고개 푹)
호남 (고개 푹)
찬희 (울먹)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사랑이 죄가 되는 거 에요?
최현욱 너 누구냐?
찬희 친 동생입니다.
최현욱 너도 내 주방에서 사랑 그 따위 하고 싶다면, 일찌감치, 너도
찬희 그래욧! (앞치마 벗어 확 바닥에 패대기친다) 이런 비인간적인
주방에서 일 안합니다. 못해요 저도.
최현욱 잘 됐네. 그럼 너도 관둬. 보기 좋다.
찬희 (표정 일그러진다)
최현욱 다음.
유경 (기름 비 폭탄의 흔적이 남은 유경의 얼굴)
최현욱 (본다)
유경 (꿀꺽 긴장해 침 삼킨다)
최현욱 칼과 불과 기름이 있는 주방에서, 제일 위험한건, 칼도 아니고, 불도 아
니고, 기름이다. 나는 니가 무섭다. 펄펄 끓는 기름 솥에 무더기로 얼음
투척하면서 자살 폭탄 테러한 소감이 어때?
주방에서 기름 갖고 똘아이짓 했으니 당연히, 해고.
유경 !!!!!(아, 아, 안 되는데?!!)
최현욱 (꼿꼿하게 유경 보고 섰는데)

순간, 뒤에서 누군가 최현욱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다.
미희다. 눈물범벅.

미희 호남씨는 남게 해주십시오.
주방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것 제가, 저 때문에 실수한 겁니다.
저만 없으면, 사랑 따위, 주방에서 하래도 못 할 거 아닙니까?
호남 (비참하다. 고개 푹)
최현욱 (알 수 없는 표정) OK.
호남 (고개 들고) !!!!
최현욱 (그런 요리사들 뒤로 하고) 다들 사고 치느라 수고했다. 해산.
일동,유경 (한 대 맞은 듯 꿈쩍 않고 남아있다)
최현욱 (성큼 성큼 쉐프룸쪽으로 간다. 혼잣말)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

유경, 입이 안 다물어진다.

씬75. 동-주방 입구 (밤)

입구 쪽으로 걸어와 멈춰서는 유경.
그녀의 시선, 와인 잔 속 금붕어 두 마리를 향한다.

--->플래시백 #35. 세레나타 현관
최현욱 금붕어 말인데,
서유경 ?
최현욱 금방 죽을 거야.
서유경 (놀래) 왜?
최현욱 우리 주방에 안 어울려.
서유경 왜 안 어울려?
최현욱 아까 보니까 그 금붕어들 여자더라.

유경 (가슴이 뛴다) 처음부터,. 작정한 거였어!

씬76. 락커 룸 (밤)

시계 11시가 다 되간다. 유경, 자신의 락커룸앞에 서있다.
요리사복을 갈아입은 상태. 이 앙 물었다.

-정각 11시. 텅 빈 락커 룸.
최현욱, 혼자 옷을 갈아입는다.

씬77. 대로변, 횡단보도 (밤)

시계를 보며 멈춰서는 최현욱. 정각 11시 3분이다.
늦은 시각이라 아무도 없는 텅 빈 횡단보도. 빨간불이다.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반대편에 씩씩하게 걸어와 멈춰서는 여자, 서유경이다.
서유경의 눈에도 기다리고 있는 최현욱이 들어온다.
둘,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건너기 시작한다.
횡단보도 한 중간에 멈춰서는 두 사람.
서유경, 팽팽하게 마주선다. 전투자세.

최현욱 (본다)
서유경 (거친 숨소리)
최현욱 (본다)
서유경 (식 식 속상하다) 처음부터 여자들은 몽땅 짜를 생각이었지?!
여자들은 무조건 짜를 작정이었지 당신?!!!
최현욱 (다가선다)
서유경 왜 당신 주방에서 여자요리사는 안 되는 건데?!!
(고개 드밀고)왜 여자는 안 되는 건데?!!!
최현욱 (빤히 본다.) 남자 만나러 나온 여자 얼굴이,. 참, (쩝)
서유경 ?!
최현욱 (싱긋 웃어 보인다)
서유경 (점점)
최현욱 너 연애 한 번도 안 해봤지?
서유경 (갈수록) ?!!
최현욱 (얼굴을 휙 들이민다.)
서유경 (표정)
최현욱 하자 나랑.
서유경 !!!!!!!!!!!!!!!!! (빠앙-- 귓가에 차 경적 소리 울린다)

빨간불 된다.
차가 양측 서로의 방향으로 무섭게 속도 내 달리기 시작하는 모습에서.

1부 끝.



arrow
arrow
    全站熱搜

    Elsa 發表在 痞客邦 留言(0) 人氣()